세토내해에는 쇼도시마(小豆島)라는 섬이 있다.
인구 3만명 정도 되는 작은 유인도이다.
츠보이 사카에 (※1)의 소설, ‘스물 네 개의 눈동자’의 무대로 잘 알려 진 이 섬은
올리브와 간장 산지로도 유명하다.
400년 이상의 전통을 자랑하는 쇼도시마의 간장.
그리고 그 간장을 널리 홍보하기 위하여
(어째선지는 모르겠지만) 간장 사이다를 만들었다는 소문을 들은 나는
어느 사이엔가 주문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자. 이 모습을 보라.
이것이 바로
간장 사이다이다.
간장과 사이다…
뭐… 둘 다 친숙한 ‘액체’들이지만
이 두 가지를 섞을 일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뭐랄까. 전혀 예상도 못 했던 두 사람이 실제로는 사귀고 있었다고나할까.
성분표시표를 보니
‘당류’다음에 바로 ‘간장’이라는 글자가.
…이거 이렇게 쓸 정도면 들어 간 간장 양이 적진 않을 터…
..대체 이 음료는 짤까? 달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패키지를 둘러보다보니
‘전국 간장 서미트 개최 기념’이라는 글자가.
구글에서 검색 해 보니
저 ‘전국 간장 서미트’…
올 해 실제로 쇼도시마에서 열렸다고.
아마도 그거 기념이라는 듯 싶다.
(참고 : MSN산케이)
올 해 서미트에서
쇼도지마측이 어필 한 것이 바로 ‘간장의 가능성’ 이었다고 하는데…
아니 아무리 그렇다 해도 이 물건은
너무 과하게 도전정신을 불태운 물건 아닌가. ㅎㅎ
라벨을 조금 더 훑어보다보니
이런 문구가.
요리용 간장을 사이다처럼 마시지 마십시오.
간장사이다와는 다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마시라’고 해도 못 마실텐데…
징병 신체검사에서 사기치는 젊은이도 아니고.
라벨만 봐도 딴지 걸 곳 투성이…
기식으로서 기대 해 볼만 하다.
뭐, 대강 감상이 끝났으니
뚜껑을 열어보자.
우선은 냄새부터.
흠…
뭔가 단 냄새… 콜라향과도 비슷한데..
콜라랑은 또 다른 느낌.
그럼 이어서 컵에 따라보자.
꼴꼴꼴꼴…
샤아아아아~
겉보기는 솔직히
탄산이 적은 콜라.
솔직히 인상은 나쁘지 않다.
음… 일단 ‘간장’에 대해서 신경 안 쓰면
마실만 할 지도.
자 그럼..
잘 먹겠습니다!!
…꿀꺽…
오오오…
…뭔가 새롭다…
근데 안 좋은 의미로 새롭다…
지금까지 내가 먹어 온 ‘간장 디저트’류는
결국 ‘미타라시당고’(※2)와 큰 차이가 없는…
다시 말 해 일본 전통의 단 맛이 나는 간장 소스맛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이 간장 사이다라는 물건은
단순히 사이다와 간장을 섞어 놓은 그런 맛.
그리 짜지 않고, 어느 쪽이냐 하면 단 편이지만
…그 단 맛이 ‘맛있는 단 맛’이 아니다.
미타라시당고가 아니라
간장에 설탕 넣고 탄산 섞은 맛. 이랄까.
음.. 비유를 하자면
콜라를 좋아하는 초보자가
콜라랑 비슷해 보이게 하려고
탄산 음료에 간장을 섞었는데
결국 결과물은 콜라가 아닌.
뭐 그런 느낌이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실패작 콜라’
이 문장이, 내가 느낀 이 간장 사이다에 대한 인상이었다.
그리고 지금 내 옆에 있는
아내(한 모금 마심)가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맛 없다’고.
…아… 역시 가차 없는 내 마누라… ㅎㅎ
나는 그렇게 느껴도 그런 말은 안 하는데 말이지.
‘간장은 이런 데에도 활용 할 수 있다!’
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건 알겠지만
이 간장사이다는
결과적으로
간장의 한계를 보여 준 것은 아닐까 ㅎㅎ
간장 + 탄산은 결국 안 어울린다
는 교훈을 남긴 제품으로서
후세에 남길 나름의 의미는 있는 기식이었던 것 같다.
여러분께서도 기회가 되신다면 한 번 드셔보시는 것은 어떨까.
끝
P.S 이번 상품은
쇼도지마 올리브농장 통판을 통해 구입하였습니다.
기간 한정일지도 모르니 사실 분들은 빠르게 구입을..
---
※1 츠보이 사카에 : 일본의 동화/소설 작가. 대표작이 상기 된 '스물 네 개의 눈동자'
※2 미타라시당고 : 당고(일본식 떡꽂이)에 미타라시소스 (간장과 미림을 베이스로 만든 소스)를 바른 일본 간식종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