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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고야의 산에 오르자.

~찻집 [마운틴]에의 도전 그 두번째~


2004년 8월 19일 아침...




다시 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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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저녁식사 로부터 12시간...

아직 체내에서 배설조차 되지 않은 상태로

다시 와 버리고 말았다.




아마도

처음 여기에 온 주제에

2 끼나 연속해서 먹는 놈은 

내가 처음이지 않을까. (웃음)



원래는, 전 날이 아닌 이 날의 '등산'이 메인이었지만...

오르기 전부터 모티베이션 저하... (웃음)


...돌아가고 싶어어어어어어~... (T△T)




아무래도 아침인지라...

가게 안은 한산하다...



옆 자리에는 커플이 한 쌍.

난생 처음 보는 메뉴에 두근두근☆와글와글... (ㅡ。ㅡ;)



남자 : 자... 그럼, 맛챠 단팥 스파게티와 튜나 (참치) 토스트 주세요.




...멍청한 놈... 딱 걸렸구나...



넌 절대로 그거 다 못 먹어... (훗)

조난 확정.




등 뒤에서 상며시 비웃어 주면서...



나 : 달콤한 메론 스파게티 부탁합니다.


...내게도 무리일 지도...





음식을 시키고서 20여분이 지나고...

(어제도 그랬지만... 시간이 꽤나 걸린다.)




예의 그 커플이 않아 있는 자리에

'맛챠 단팥 스파게티'가 나온 모양으로,



남자 : 호오... 음...


차마 말로는 못 하겠는지, 등 뒤로 숨죽인 한숨소리가 들리고..




내 자리에도...




주문한 음식이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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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바로 [달콤한 메론 스파게티]


격자 무늬로 얹혀 진 생크림은...

분명히 메론 껍질에 있는 특유의 그물같은 이라 보인다...



면은 녹색이지만,

어제 먹었던 맛챠 면이 아니고...

아마도 원 재료인 메론 특유의 색을 살린 것이리라...




그 단적인 예로...

모락모락 올라 오는 온기와... 메론 냄새... (웃음)

...역시나... HOT이구나... (-Д-;




입에 넣고 나서 느낀 것은

어제 먹었던 맛챠 단팥 스파게티와는 달리,

면이 볶아져 있다는 것.

그리고

다행히도 그 극악의 앙금은 들어 있지 않아서

그나마 잘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맛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라고 생각 했던 것은 첫 10분 뿐... (웃음)

그 이후로는

어제와 변함 없이 급습해 오는 '토하고 싶다' 는 일념...





이제서야 느낀 거지만...

이거... 양이 이상하리만큼 많아... (웃음)



덤으로 이 맛...

...어째서 난 2끼 연속해서 이런 걸...

있는 힘껏 후회했다... (웃음)



아무래도 먹기가 힘들어서

쥬스라도 함께 먹으면 좀 나을까 생각했다.

'본의 아니게... 수분과 함께 삼켜 버릴 수 밖에 없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메뉴를 살펴 보던 중...

눈에 띈 글자.




나 : 저기, 오징어 먹물 쥬스 주세요.




아아...



나란 놈은 정말이지... 바보다...


몸이... 몸이 멋대로 주문 해 버렸다구!!!



5분 뒤...

테이블 위에 놓인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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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오징어 먹물 쥬스 (와 곁들여 나온 과자)였다...



애초에 [오징어 먹물 쥬스]랄까...

단지 오징어 먹물에 물을 타서 묽게 한 것 뿐... 아닌가?????



라고 생각하던 도중에

마실 의욕이 싹 사라져 버렸다. (웃음)



자, 도망 갈 길은 사라졌다...

수분과 함께 삼켜버리는 작전은 이미 실패했으므로

별 수 없이... 메론 스파게티를 꾸역꾸역 입으로 밀어 넣는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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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더 진전이 안 된다...


무.... 물...



아... 물이 아니고 오징어 먹물이었지. (웃음)

각하
(주 1)



별 수 없으니 그대로 계속해서 먹는다.
(오징어먹물 쥬스에 대해서는 따로 이야기 하도록 한다)



그리고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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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먹었다!!!!

아빠, 나 해 냈어요!!

엄마, 나 해 냈어요!!

빨간펜 선생님(주 2), 저 해 냈어요!!


등정 성공!!!!  ( v ̄▽ ̄)




그 뒤로도 입 안에 남아있는 메론 맛을 전부 뱃 속으로 몰아 넣는 데엔 수 분이 걸렸지만...

무사히, 중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먹는 데 성공했습니다.




뜨겁고 달달한 스파게티 라는 것이

이토록 빡센 음식이었을 줄이야...

여러 모로 좋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웃음)



등 뒤에선 아까 그 커플이

맛챠 단팥 스파게티를 앞에 두고 침몰해 가는 모습을 곁눈질 한 뒤,
(그러니까... 무리랬잖아)

배를 쓰다듬으며 가게 문을 나서는 내게


가게 주인 아주머니가 한 마디.


[다녀 오세요!!]


...밥 잘 먹었으니, 이젠 일 하러 가라고 하는거냐... (웃음)

순간적으로 '나고야 사람들은 참으로 듬직하구나...' 라고 느꼈습니다.


※ 참고로, 이 '달콤한 메론 스파게티'는

2005년 8월에 '달콤한 메론빵 맛 스파게티'로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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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
각하 : 원래는 행정법에서, 행정기관이 신청서/원고/신고서/심판 청구서 등의 수리를 거절하는 행정 처분을 말하며, 흔히 '거부'의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주 2
빨간펜 선생님 : 赤ペン先生. 국내에도 '첨삭지도'를 해 주는 방문 교육 시스템 중 하나로 '빨간펜'이 존재하나 (교원그룹), 일본에서도 같은 이름의 첨삭 교육기관(?)이 존재한다.

예전,

인류 최초로 에베레스트 산 등정에 도전한 죠지 말로리는

'어째서 산에 오르나요?' 라는 질문을 받고

'거기에 산이 있으니까요'

라 대답했다고 한다.


아주 먼 옛날부터

모험심을 가슴에 품은 사람들은

언제나 높은 산에 도전하고,

깊은 바다에 도전하고,

암흑에 싸인 우주로 여행을 떠났다.


나는 이번 여름,

나고야의 산에 오르기로 마음먹었다.

'왜?' 라고 묻는다면

이리 대답하리라.





'그곳에 산이 있으니까'





2004년 8월 18일 밤,

청춘 18 티켓 (주 1)으로 기차를 갈아 타 가며 도착한 그 곳.

나고야 역에서 다시 지하철로 갈아 타고...

(※ 나고야/名古屋역 → 고키소/御器所역 → 이리나카/いりなか역)

대학가 정도로 보이는 곳에 그 가게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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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마운틴]


지금 그 곳에 가는 것을 [등산]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지만,

그 위치 자체가 미묘하게도 어중간하게 약간 높은 언덕에 있다는 것에 조금 짜증. (웃음)

그 덕분에 도착 한 시점에서 이미 땀 투성이에 뱃 속은 텅텅 비어있다.

빨리 뭣 좀 먹었으면...



배가 텅텅 비어 있다는 것은

어떤 음식이라도 맛있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악평을 무수히 듣고 있는 '마운틴' 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공복이라면

맛 있게 먹을 수 있겠지!!


라고 생각하며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가게 안에는 학생으로 보이는 남자가 가득 차 있다.

손님의 9할은 남자.

이야기 하는 내용으로 미루어 보면 요 근처 대학교 탁구부인 듯 하다.

안내 받은 자리에 앉아,

긴장된 얼굴로 메뉴를 살펴보니,

거기에 있던 무시무시한 글자 가 눈 안으로 뛰어든다.



이 가게에서 유명한 것은

달콤한 스파게티로,

달콤한 맛챠 단팥 스파게티

달콤한 바나나 스파게티

팥죽 스파게티
등...

게다가,

낫토 선인장 푼 계란 스파게티 (주 2)
(이거, 먹을 수는 있나...?)

중화 냉면 스파게티
(중화 냉면에서 면을 바꾼 것 뿐 아닌가?)

스파게티 전골
(냄비에 넣은 것 뿐이잖아?! 웃음)

스파게티 볶음
(볶음국수 -야키소바- 의 면을... 이하 생략)

닭 필라프
(치킨 필라프도 아니고 '닭'인 거?? 웃음)

등등...




정말이지


뭘 먹어도 기식(주 3). (웃음)



그리고

첫 회 도전으로 내가 고른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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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맛챠 단팥 스파게티


눈 앞에 내어져 나온 순간,


자욱히 풍겨 오는 온기에 숨이 막힐 지경 (웃음)

...당했다...

이거, HOT이구나... (-Д-;

뭐, 스파게티이고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긴 하지만...







우선 한 입...

흐음...




생각했던 만큼은 아니군...




아마도 맛챠를 넣고 반죽 한 듯 보이는 특제 면과,

생크림의 조화가...



...못 먹을 건 아니네 (웃음)
※ 절대 맛있다는 건 아님.




두 입째,

팥 소 부분에 맞닥뜨렸다.

으에에에에에에에.... (절규)


이... 이거...

...괴롭다...



맛으로 따지자면...


맛있다던가...

맛 없다던가...



그런 표현이 아니라



'괴롭다'




팥 앙금에 버무려진 맛챠 면이...

엄청난 질량으로 위 속으로 흘러 들어간다.


뭔가... 무거워...




세 입째,

위에 얹어 둔 복숭아로 현실도피 해 버렸다. (웃음)

맛있네~ ♪

사막에서 만난 오아시스 같아.




그리고 네 입째.

친구 모 씨는 여기서 더 이상 먹지 못하고 그만 뒀다고 한다. (웃음)

사실, 나도 그러고 싶어...

자연스레 포크는

팥 앙금이 없는 부분으로 향한다.




어느 정도 먹은 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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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금의 '벽'이 포크를 가로막는다. (웃음)





먹기 시작해서 30분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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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쯤에서

정말로

진심으로



토하고 싶어졌다...


아마도 이 메뉴는


가게 안에서 토하는 사람이 1년에도 몇 명은 나오는 것 아닐까? (웃음)


식은 땀을 뻘뻘 흘려가며 역류하는 토기를 억누르다

문득 떠올랐다.



어째서 나란 놈은 이런 짓을 하고 있는 걸까? (웃음)



하지만,

나온 음식을 남길 수는 없는 법.

기껏 만들어 준 사람에 대해 면목이 없어...




그리고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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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먹었다!!

등반 성공!!!

조난 당하지 않고 해 냈어요!!! (감동)




하지만, 이렇게 생각 한 뒤로도

우선 입에 쑤셔 넣은 것들을

위 속으로 넘기는 데에는 수 분이 걸렸다. (웃음)

토하고 싶은 마음과의 장렬한 전투였습니다. (웃음)

아아...

정말로...



힘들어 죽는 줄 알았다!!!!




공복으로 왔었다는 점 따위는 깨끗이 잊고,

느꼈던 것은... 단지 '토하고 싶다'는 마음 뿐... (웃음)



실제로 들러 본 [마운틴]은

진정 '산'이라 불리는 데 걸맞았고,

'등산'이라 불러 아깝지 않은

무시무시한 찻집이었습니다.


정말로,

'힘들어 죽는 줄 알았다!!!!'



'두번 다시 그런 데 가나봐라!!'

라고,


생각 했었습니다만....



실은, 이후로도 계속됩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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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
청춘 18 기차표 : 青春18切符. 일본 철도공사 (JR)에서 발행하는 기차표 중 하나, 1년 연중 언제나 있는 표가 아니라 1년에 딱 3번, 기간에 맞추어 발행하며 기간 내에는 11800엔에 5회 탑승이 가능한 표. 도장을 찍으면 그 하루 동안은 완행 보통/쾌속 열차를 탈 수 있다. '청춘 18'이라는 이름 그대로 젊을 때, 싸게 여행 하는데에는 좋다고 하나... 체력적으로 부담이 좀 심하다고 볼 수 있다.

주 2
푼 계란 : 卵とじ. 푼 계란을 끓는 물에 넣어 굳혀서 내용물을 감싸듯 만들어 놓은 요리. 일본에서는 돈부리 (덮밥)에 많이 사용되고, 한국에서는 칼국수나 떡국 등에 들어가는 계란을 생각하면 상상이 쉬울 듯.

주 3
기식 : 奇食. 기묘한 음식을 먹음. 국내에선 보통 '괴식'이라고 함. 하지만 원본 홈페이지 제목이 '기식의 관'이기에 일본식 표기를 따름.

여기서는 카페 마운틴의 과거 메뉴들을 다루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예전에는, 지금보다 훨씬 '찻집' 다웠던 것 같아요. (웃음)


◆ 메뉴 1 (아마도 개점 초기 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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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세월이 느껴지는 메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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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교(주 1)의 숲 찻집 마운틴

그리고 산 속 오두막(아마도... 웃음) 그림.

가게 이름인 '마운틴'의 유래가 산 속의 오두막에서 따 왔다는 설의 유력한 증거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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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는... 왜인지는 몰라도 전부 영어 병기(주 2).

마실 것과 디저트를 메인으로 하고 있어, 지금보다 훨씬 찻집 다운 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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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보이는 '마운틴 케이크'라는 메뉴엔 굉장히 흥미가 생기지만... 지금은 주문 할 수 없는 메뉴...





◆ 메뉴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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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메뉴 1)보다 가격이 훨씬 오른 메뉴.

일본의 고속 경제성장을 단박에 알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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펼쳤을 때 좌우 3 페이지로, 글자가 커서 알아보기 쉬운 메뉴판.

영어표기는 사라졌다. (뭐... 원래부터 필요성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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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로스콘폴리요...는 뭐지???

어디 말인지도 모르겠어. (웃음)

이 아래 리조또가 있는 것으로 보아, 밥 종류인가?


※ 독자 분께서 아로스콘폴리요 (아로스 꼰 뽀이요)에 대한 정보를 알려 주셨습니다.

스페인 어로 아로스(arroz)는 밥/쌀, 꼰(con)은 ~를 섞다, 뽀이요 (pollo)는 닭고기라는 뜻으로, 페루의 대표적인 가정 요리라고 합니다. 향신료와 닭고기를 넣고 볶은 밥.

이라고 합니다. (주 3)





◆ 메뉴 3 (요즘 모습이 보이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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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첫 모습과 닮게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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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 중에서 '먹을 것' 비율 상승.

그 중, '스파게티' 란을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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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주문할 수 있는 메뉴들이 산재해 있다.

서서히... 지금 모습으로 변모해 가고 있다... (웃음)





◆ 메뉴 4 (단 맛 스파게티 등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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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프(주 4) 종류도 많이 늘어있다.

점점 지금 메뉴에 근접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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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면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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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단 맛 메뉴들이 등장!!!

이 시점에는 '달콤한 맛챠 단팥 스파게티' 뿐이었다.

가격은 500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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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스이(주 5)에는 [두유 조스이]라는 것도.

이거, 요즘 다시 하면 오히려 멋질텐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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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프 란에는 [샐러리]

...아아... 샐러리 말이지... 샐러리... (웃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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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
문교 : 文敎. 문화와 교육. 혹은 문화와 교양.

주 2
병기 : 倂記. 함께 적음. 여기서는 메뉴가 전부 일본어와 영어로 쓰여있다는 뜻.

주 3
이 외에도 arroz con mariscos (해물 볶음밥), arroz con gamba (새우 볶음밥) 등, 요리 이름에 많이 쓰인다.

주 4
필라프 : Pilaf. 중동의 '필라우'에서 유래. 주로 쌀을 이용하여 만드는 음식으로 기름을 두르거나, 기름 없이 가열한 팬에 뜨거운 국물을 부은 뒤, 뚜껑을 덮고 불에 얹거나 오븐에 넣어 조리하는 곡물요리.

주 5
조스이 : ぞうすい/雜炊. 일종의 '죽'을 말함. 보통 '죽'은 '오카유 (おかゆ/お粥)'라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오카유와 조스이의 차이점을 따지자면 오카유의 경우는 기본이 '쌀'이며, 가급적이면 다른 재료를 섞지 않는 데 반해 조스이는 만들어 진 밥을 기본으로 만들며, 최소 2 종류 이상의 내용물이 들어가는 것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