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 들어서,
벚꽃 개화시기 예상이 나오자마자 다시 기세를 올렸던 동장군이 가까스로 물러나고
겨우겨우 조금 따뜻해 진 주말...
봄이 되었으니, 뭔가 산뜻한 것이 먹고 싶어져서
드라이브도 할 겸 아이치 현 북부 이치노미야(一宮)시에 들렀다.
오늘 목적지는 오챠즈케 (주 1)와 이태리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뉴욕'
성조기가 걸려 있는 오챠즈케와 이태리 요리 전문점이라...
(이건 대체 어느 나라야... 헌팅턴 (주 2)도 놀라게 할 문명의 충돌이랄까.)
외부에 붙어 있는 메뉴에는
[연예인들이 추천한 오챠즈케]
타모링 (주 3)
윤손하
마돈나
이... 이건!!
( ゚д゚)
아무래도
여긴 마음을 좀 다잡고 들어가야 할 듯 하다.
전투준비를 하고, 문을 열었다.
가게 내부는, 카운터 쪽으로 7석정도.
이태리 음식점 치고는 묘한듯도 하지만
그럭저럭 분위기는 괜찮은 편.
눈 앞의 메뉴판에는 온갖 고급 식재료 이름이 좍~ 적혀있다.
캐비어, 포와그라, 도미...
아니, 이런 게 이번에 여기 온 목적은 아니지.
뭐, 이미 이 페이지 제목에서 다들 알아차리셨으리라 생각하지만...
이번에 여기까지 온 목적은 봄 답게 산뜻한 딸기 챠즈케 이다.
사전에 예약하고 왔다는 것을 알리고
기다리길 10 분여...
밥상 위로 이런 게 날라져 왔다.
이것이... 딸기 챠즈케라는 거다...
이상해...
어째서 이렇게 새하얀거지?!
챠즈케잖아?!
어째서 하얀건데?!
설마... 연유라도 뿌린건가?!
...먹어보면... 알 수 있으려나..?!
아차, 맞다!
고명(주 4)이 있었지...
아라레 (주 5)와 채소를 넣었더니...
뭐, 왠지 더더욱 카오스가 되었지만...
내가 먹을 거 갖고 놀고 있는 건 아니다.
이 메뉴 자체가, 원래 이렇게 먹는 것인걸...
별 수 없잖아.
거기다가, 위에 우메보시를 올리면...
이것으로 완성!!
이것이 바로 딸기 챠즈케의 완성판인 것이다.
자, 그럼 마음을 다잡고...
잘먹겠습니다~앗!!
흠...
새콤달콤하군... (웃음)
아직까지 싱싱한 딸기에서
입 안 가득히 새콤달콤함이 번져.
문제가 되었던 [흰 쌀]은 아무래도 리조또인 모양.
치즈와 고기육수가 밥에 잘 스며들어 있어 정말 맛있다.
(단, 이 시점에서 이미 '오챠즈케'라고 하긴 무리가 있지만...)
한 편,
밥은 맛있었다고 쳐도... 그 위에 올라 간 내용물은 만만치 않다.
우메보시와 딸기, 리조또의 협연...
딱 봐도 어딘가 억지로 우겨 넣은 듯 하고... 맛 역시 훌륭한 카오스.
어떤 내용물을 섞어서 입에 넣느냐에 따라
입 안에서 묘한 맛으로 변하기도 한다.
맛있네 -> 응? 어딘지 좀 이상한데? -> 맛있네 -> 얼레? 이상해...
(이하, 무한반복)
딸기 + 리조또의 조합과
리조또 + 우메보시의 조합은 괜찮았지만
저 3가지가 전부 조합되면...
그건 좀 먹기 빡셌다.
시대를 앞질러 가도 너무 앞질러 갔달까...
옆에서 먹고 있던 아내를 보니,
[난, 먹기 전에 딸기 빼 놨어]라며 협연을 거부.
(결국 전부 먹기는 했지만...)
[그럴거면, 굳이 이 오챠즈케 먹으러 온 의미가 없잖아!]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그것대로 옳은 선택이었을 지 모른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베이스인 리조또는 맛있다.
그렇게 맛있는 리조또에 올려 놓은 딸기와 우메보시...
역시 다른 문화간의 교류는 힘든거야.
라고 느낀, 뉴욕의 오챠즈케였다.
잘 먹었습니다~!
끝.
이번에 다녀 온 곳은
요챠즈케 전문 & 이태리요리 전문점 뉴욕
주소 : 아이치현 이치노미야시 마스미다 1-2-1 (愛知県一宮市真清田1-2-1)
전화번호 : 090-1754-2490
또, 이 딸기 챠즈케는 계절한정 (4월 한정)으로,
사전 예약이 필수이므로 주의하시길...
※ 상기 정보는 2007년 3월을 기준으로 함.
◆ 여담◆
가게 밖에 붙어있던 메뉴에
타모링이나 윤손하, 마돈나가 추천했다는 음식은
연예인들이 TV등에 출연해서,
오챠즈케 (및 밥 종류의 음식)을 만들었을 때 썼던 레시피 등을 주인아저씨가 메모해 뒀다가
그것을 재현해 낸 것이라 한다. (주인 왈)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엔
[헤... 그런거였군요]라고 묘하게 납득 해 버렸지만...
마돈나가... 오챠즈케 같은 거 먹는다고?!
TV에서 뭔가 말 했었다고?!
...이거, 아직까지도 수수께끼...
가게 안에서 본 메뉴책자에는
이 외에도 연예인메뉴가 잔뜩 있다.
(단, 메뉴책자는 촬영 금지)
모두 해서 249종(뉴-요-쿠, 주 6)이나 있다고 하는 메뉴가 신경 쓰이는 분들은
부디 들러서 열독해 주시길!!
이번 정보는
츠키시마 미하루(月島美晴)씨께서 주신 정보였습니다.
감사 드립니다.
주 1
오챠즈케 : お茶漬け. 밥에 고명을 올리고 소금으로 밑간을 한 후, 반챠 (녹차의 일종)를 부어 말아 먹는 밥. 고명의 종류에 따라 타이챠즈케 (타이 : 도미), 사케챠즈케 (사케 : 연어), 우나챠즈케 (우나기 : 민물장어), 텐챠즈케 (텐푸라 : 튀김), 우메챠즈케 (우메 : 매실) 등이 대표적.
주 2
헌팅턴 : 새뮤얼 헌팅턴. 인문학서 '문명의 충돌'의 저자.
주 3
타모링 : タモリン. ...이렇게 불리는 연예인들이 몇 되어서 약간 헷갈리긴 하지만, 아마도 와랏테 이이토모! 나 M-스테의 진행자인 타모리가 아닐까 한다. (이 점에 대해서는 제보 요망)
주 4
고명 : 원문은 薬味. '야쿠미'라고 읽으며, 원 뜻은 양념이나 향신료에 가깝지만 고명으로도 쓰인다. 보통은 후추, 산초, 겨자, 생강, 파 등을 지칭.
주 5
아라레 : あられ. 원래 아라레는 싸락눈을 나타내는 말이지만, 다른 뜻으로 히나마츠리때 먹는 쌀과자 (뻥튀기나 튀밥과 비슷하다 함)라는 뜻도 있다. 여기서는 후자의 의미로 쓰였다.
주 6
249 = 뉴-요-쿠(にゅーよーく) : 일본어 말장난. 일본어로 숫자 2는 に. 4는 よん, 9는 く라고 읽는 데에서 착안, '뉴욕'의 일본어 발음 (뉴요쿠)으로 말장난 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