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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고야의 산에 오르자

~ 찻집 [마운틴]에의 도전, 그 네번째~


요즘, 중고교생들 사이에서 공전의 붐을 이루고 있는 취미라고 한다면

바로 '등산'을 꼽을 수 있겠다.

GW(주 1)때쯤 되면 오제(주 2)니, 후지(주 3)같은 산들에 오거니 가거니 한다고들 한다.

유행하는 것은 일단 하고 보는 나도

그 '등산 붐'에 편승해 보기로 했다.

그래,

나고야의 '산' 등정을 목표로!!


※ 처음 읽으시는 분들께.
나고야에 위치한 [마운틴]이라는 찻집은
통칭 [산]으로 불리며 널리 사랑받고 있다.





2005년 5월 4일 (수)

오후 14시 00분



제 4회 등산 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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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이만큼이나 달라졌다.

왠지 차가 많아...



문득, 가게 앞을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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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줄 서 있어!!! (; ̄Д ̄)

줄 서서 먹어야 하는 가게가 되어버렸다!!


보통 이만큼 줄을 선다는 건, 그만큼 맛있는 가게라는 뜻이지만

그런 가게가 아닌 이 곳(웃음)에 이만큼이나 줄이...

※ 줄을 선 사람들의 태반은 관광객/귀성중인 비 베테랑 등산자인 듯 하다.




뭐, 어쨋건

나도 그 행렬에 동참했다.


나 자신도, 이 곳 말고 다른 가게에 여러 번 줄을 서 본 적이 있지만

이 '마운틴'의 행렬은 보통 줄이 아니다. (웃음)



가게에서 나오는 손님들은

[후아~ 겨우 살아 돌아왔다.]

[바깥 공기가 맛있어..!!]


라고, 마치 귀신의 집에서 탈출한 직후에나 느낄법한 감상을 이야기하며,

그 때마다 줄 서 있는 사람들은 겁에 질려 가게 안을 바라 보곤 하는 것이다.

나도 함께 가게 안을 바라보니, 점내에는 달콤한 맛챠 단팥 스파게티 에 막혀

조난에 직면한 등산자가 보인다. (웃음)

개중에는 이 행렬의 중압에 버티지 못하고(?) 도중에 돌아가는 사람들도 나타났다.



그렇다.

과의 사투는 줄 서 있던 시점에서 이미 시작 된 이었다.



(그 후)



줄에 서 있길 한시간... (웃음)

겨우겨우 자리로 안내되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내가 시킨 것은

단팥죽 스파게티 (800엔)

마운틴 특유의 '단 맛'시리즈 최후의 난관이다.





주문 한 뒤,

점원이 가져 온 것이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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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가락이랑... 국자랑... 앞접시?!?!



포크는 어쩐거야.. 포크는?!?!? (웃음)

스파게티 전골때에도 얘기 했지만...

포크가 나오지 않은 시점에서

이미 스파게티로서의 정체성을 포기한 거 아닌가
싶은데... (웃음)


이 상태에서 또 다시 기다리길 10분...


점원이 가져 온 것은


...진짜 단팥죽이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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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 앙금이 한 가운데 떡하니... (쓴 웃음)

나, 사실은 단 것 광이지만...

여기만 오면 팥 앙금이 싫어져 버려...


그리고... 우습지만...

떡엔 확실히 구운 자국이 나 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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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틴 주방, 의외로 훌륭한데?!



뭐, 우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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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접시에 덜어서 먹어보자.


흠...


맛만으로 보자면, 그냥 좀 묽은 단팥죽이랑 똑같네...
※ 여담이지만, 큐슈인인 내 감각으로 말하자면, 이건 [젠자이] (주 4)다.

그런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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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점에서...

단팥죽으로 보자면 다 먹은 셈. (웃음)

벌써 포만감 가득

이제부터 스파게티면과의 싸움 이 시작된다.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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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와서 떡이 발굴되다니...

너 란 놈 은 어 째 서 이 제 와 서 야 . . .

이 시점에서 떡을 먹으라는 건... 심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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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타 면에 들러붙은 떡... (웃음)

이런 거, 여기서밖에 못 본다고...



종반에 들어,

땀이 나기 시작했다.

이 날 최고기온은 30도.

5월이라고는 하나, 기온은 벌써 여름 기온이다.

이거, 여름에 먹을 게 못 되는구만...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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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먹었다!!

아아... 뭔가 기분나쁜 포만감이...

배는 빵빵한데, 만족감은 들지 않아...


이거, 애초에...

'단팥죽 스파게티'라고 되어 있긴 하지만,

'스파게티'라는 고상한 음식이 아냐!!

단순히, 면이 들어 간 단팥죽일 뿐이잖아!! (웃음)

[스파게티 단팥죽]으로 이름을 바꿔야지!!




겨울이었다면 조금은 쉽게 등정했을 지도 모른다.

더울 때에야 말로 뜨거운 것을 먹는다. (주 5)

라고 흔히들 얘기하지만,

더울 때, 마운틴에서 이걸 먹는 건... 스스로의 목을 조르는 것과 같다.


라고 마음 속에 새긴

4회째의 등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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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
GW : Golden Week. 골든위크. 일본의 경우 보통 5월 1일~5일 사이의 연휴를 이야기 한다. 일본은 법정 공휴일이 토/일요일인 경우, 다음 주 월요일까지 연휴로 치기 때문에 길게는 일주일 내내 쉬는 경우도 생긴다. (5월 1일 - 노동절. 법정 공휴일은 아니지만, 대부분 관례상 쉬고있다. / 5월 3일 - 헌법 제정 기념일. / 5월 4일 - 초록의 날. / 5월 5일 - 어린이 날. / 때로는 4월 29일인 '쇼와의 날'부터 연휴로 쉬게 해 주는 경우도 있다.)

주 2
오제 : 尾瀬. 오제산. 일본 군마현에 있는 산. 일본 특별 천연기념물.

주 3
후지 : 富士. 후지산. 일본의 상징.

주 4
젠자이 : ぜんざい. 이것도 단팥죽. 오시루코(おしるこ)와의 차이를 설명하자면..
1. 떡이 들어 간 것이 '젠자이', 안 들어 간 것이 '오시루코'로 보는 견해
2. 도쿄를 중심으로 한 관동지역은 '오시루코', 지방지역은 '젠자이'라고 한다는 설도 있다.

주 5
더울 때에야 말로 뜨거운 것을 먹는다 : 이열치열.

나고야의 산에 오르자

~찻집 [마운틴]에의 도전 그 세 번째~







산이란, 여름과 겨울에 각기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고들 한다.

여름에 보여주던 자애로운 미소는

겨울이 되면 냉혹한 조소로 변한다고들 한다.

대체,

나고야에 위풍당당하게 솟아 있는 [산]

나에게... 어떤 얼굴을 보여 줄 것인가...



※ 처음 읽으시는 분들을 위해 알려드립니다.
나고야에 위치한 [마운틴]이라는 찻집은
통칭 [산]이라 불리며 사랑받고 있습니다.





2005년 1월 4일 (화)
오전 9시 30분


3회째의 등산을 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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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지난 번 까지만 해도 이런 간판은 없었던 듯 한데...)


가게는 어제까지만 해도 신정휴무였기에,

오늘이 올 해 첫 영업일이다.




점내에 발을 들여 놓으니,

이미 와 있는 손님은 5명...

학생인 듯한 3명과

노부부.

(참고로, 이 학생들은 개점 이전부터 줄을 서 있었던 듯 하며,
나는 2005년도 들어 6번째 손님인 듯 하다.)




좌석에 앉아,

메뉴를 살펴본다.




눈에 확 띄는 것은

스파게티 전골 (주 1)

라는 글자.


아직 약간 남아있는 눈 속을 걸어 오느라 차갑게 식은 몸을 덥히기 위해서는

이것 외엔 없다!!

역시 추울 때엔 전골, 아니겠어?



기다리길 20분
(역시 꽤나 늦어...)





내 상상대로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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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베야키 우동(주 2) 비슷한...

이런 음식이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





...생각했다... (웃음)




하지만, 실제로 날라져 온 것은...

이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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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뭐야...?! ( ̄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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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전골... 맞는 건가?


아니, 분명 전골용 냄비에 담겨 있긴 하지만...

이건 분명 온 가족이 스튜 같은 거 만들 때 쓰는 냄비... 아냐? (웃음)




냄비 안에는

당근, 작두 (주 3), 배추가 약 5% 정도 들어있고,

파스타용 면이 95% 정도... (웃음)



냄비 안에, 국물 같은 건 전혀 없다.

그것을 앞에 있는 소스에 찍어 먹는 것이다. (웃음)


저거... 면하고 야채를 삶은 것 뿐이잖아...

엄청 부실한데... 이거... (웃음)




아아... 확실히 '냄비에 담긴 스파게티 전골'이긴 하지만...

틀린 건 아니지만... (웃음)



결혼해서, 신부가 이런 걸 야식으로 만들어 오면

그 자리에서 2시간 정도는 설교 해 줄만한 일이지만



이건, 내가 스스로 주문 한 거라... 뭐라 할 수도 없고... (웃음)

먹어야만 해!! 등정 해야만 해!!





먹는 방법에 대해 얘기 해 보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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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소스에 적셔 먹으면 된다.

하지만, 이 소스라는 것이 이상하리만큼 생강 맛이 강해!!

처음엔 생강맛 밖에 안 날 정도니...


덧붙여서,

윗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이 스파게티 전골과 함께 나온 것은

포크가 아니라 나무젓가락이었다.



젓가락과 함께 나온 시점에서 이미

스파게티로서의 정체성을 버린 게 아닌가 싶은데...
(웃음)




(15분 경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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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 먹었은 때 이미 배가 빵빵해 졌다...

사진만 봐도 알겠지만...

전혀 줄은 것 같지도 않아...


면이 불어서 오히려 늘어난 건 아닌가?

라는 의문마저 든다...

자연 증식 이라... 두렵군... 두려워...



하지만 아직 3합목 (주 4)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다시 15분 경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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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합목 정도쯤...

아침밥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쯤이 한계...

정말로 죽을 것 같아...

뭔가가 태어나 버릴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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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 현장에서 쓴 메모.

휘갈겨 쓴 글자에서

그 당시의 복잡한 심정이 느껴진다. (웃음)





다시 15분이 지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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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정 성공!!!


마지막에 가서는

소스가 너무 묽어져서

아무런 맛도 안 나는 삶은 면만을 꾸역꾸역 먹게 되었다. (웃음)

어째서 처음에 그다지도 맛이 진한 소스를 줬는 지 알겠다... (쓴웃음)

점점 묽어질 것을 안 거지...

나름 신경 써 준 거구나... (웃음)




정말로...

빡셌다.

울고 싶었었다고... (웃음)




아무런 맛도 안 나는 데친 면만을

계속해서 뱃 속으로 꾸역꾸역 밀어넣는 작업...

그것은 이미 '고행'의 영역 이었다. (웃음)



초등/중학생들에겐 그다지 추천해 줄 수 없겠다.

어릴 적에 이딴 거 먹으면

평생 스파게티를 싫어하게 될 거야... (웃음)



맛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상한 맛도 아니고...

원재료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아무 맛이 안 나고, 미칠듯이 양이 많을 뿐.

그런 게 얼마나 두려운 일임을 뼈저리게 알게 해 준...

두려운 음식이었다.




끝.



추신.

이번으로

첫 도전으로부터 3회 연속으로 단독 등정 성공
(그것도, 그 중 2번은 무려 아침밥이었다.)

이정도면 위대한 업적 아닌가?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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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
스파게티 전골 : 원래는 鍋スパ라고 쓰며, 직역하면 '냄비 스파게티' 정도겠다...

주 2
나베야키 우동 : 鍋焼きうどん. 우동 종류 중 하나. 보통 철로 된 냄비에 튀김, 표고버섯, 삶은 달걀 등을 넣고 끓인 것.
가는 파를 송송 올린 것 빼고는 다른 고명을 올리지 않은 것을 '카케(かけ)'우동, 간장에 졸인 유부를 올린 것을 '키츠네 (きつね, '여우'라는 뜻. 일본 민담에서 여우는 유부를 좋아한다고 하는 데에서 기인)' 우동, 새우 튀김 등 튀김류를 올린 우동을 '덴뿌라 (てんぷら, 튀김)' 우동, 튀김 부스러기 등을 올린 것을 '타누키 (たぬき, 너구리)'우동 이라 부른다.

주 3
작두 : 콩의 일종으로, 식용이다. 열매가 작두처럼 생겨서 '작두콩'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주 4
3합목 : 3合目. 일본에서 산을 오를 때 쓰는 용어. 산의 입구부터 정상까지를 10구간으로 나누어, 각 구간에 1合目, 2合目 ~ 9合目, 10合目 (10合目는 정상으로, 이 경우는 '산꼭대기 -山頂-이라고 부른다.)이라고 이름을 붙인다. 3合目라고 하면 산 정상까지 중에 30%밖에 올라오지 않았다는 뜻.
오징어 먹물 쥬스
~칠흑의 꿀~




이전까지 어떤 경위가 있었는 지는

여기를 읽어 보시면 아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검색을 통해 이 곳에 오신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 해 두자면,

여기서 이야기 하는 '오징어 먹물 쥬스'란

나고야에 있는 찻집 [마운틴]의

드링크 메뉴 중 하나를 말합니다.





그럼,

이제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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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먹물 쥬스]라며 내어 온 것이 이 것.

가격은 300엔 (2008년 9월 현재 약 3070원 가량)

너무도 특수한 메뉴라서...

이 가격이 비싼 건지, 싼 건지조차 모르겠다...




덤으로 '반드시' 과자가 딸려 나오는 듯 하다. (사진 오른 쪽의 과자)

저 과자는... 혹시 먹물쥬스를 마신 뒤 '입을 가시는' 용도인가?????

라는 의심이 고개를 든다.



원래는 식사 중, 입가심 용도로 주문한 쥬스이지만

되려 이 쪽이 입가심이 필요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웃음)

제기이이이이이일!!!!!!!!!!!!!!!!!!

매상을 높이려는 작전이냐!!!

멋지게 걸려들고 말았군...




(15분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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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마실 용기가 나질 않아서 나온 그대로 방치 해 두니,

얼음이 녹고

오징어 먹물이 가라 앉아 버려서...

전체적으로 이상한 이 되어버렸다...

점점 더 식욕이 사라져 버려... ( ̄Д ̄;




하지만,

여기서 물러서기엔

기식 헌터의 이름이 아깝다!
(...라곤 해도, 최근엔 스스로도 기식 헌터임을 잊고 있었다. 웃음...)



마음을 다잡고!!



꿀꺽... ( ̄ー ̄)C□






에? 뭐야 이거?!








맛있잖아?!



어째서 달콤한 게야?!



아무래도...




맛있는 것 같아요. (웃음)




오징어 먹물 외에도

아마 파인애플

사과 과즙이라 사료 되는 것이 베이스를 이루고 있어



맛만으로 보면... 오히려 과일 쥬스맛에 가깝다!


맛있어!!!!




얼레? 오징어 먹물은?!


이라 생각하고 있다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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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마셔 버렸다!!



뭐, 조금 맛 없는 편이 재미 있었을텐데...

라고 생각은 하지만,

한편으로 안심이 되기도 했달까... (웃음)

뭔가 복잡한 음료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