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아키하바라에
이상한 재료를 사용해서 타코야키를 만드는 가게가 있다는
소문을 들은 것은 08년 5월 상순이었다.
그리고 6월 중순경
볼 일이 있어 도쿄에 갔던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그 가게에 가 보기로 했다.
우연이라면 기막힌 우연인데, 예전에 블루길못플땅을 먹었던 가게 부근이었다.
…역시 유유상종이라는 건가…
혹은 아키하바라라는 장소가 사람을 이상하게 만드는 마력을 갖고 있는 것인가!!
자, 가게 외견은 이런 느낌.
그렇다. 이 가게가 바로 게테Q(※1)인 것이다.
가게 밖에 나와있는 간판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이 가게의 특징은 바로
‘게테모노(※2)’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특이한 재료를 타코야키 안에 넣는다는 점.
예를 들어…
이런 느낌
음… 음… 뭐라 해야 할 지…
이런 재료들을 대체 어디서 사 오는 지가 궁금해진다.
그나마 메이저한 바사시(※3) 조차도 호불호가 갈리는 식재료인데..
말 꼬X를 먹는다니… ㄷㄷㄷ
참고로 주문 방식 역시 4패턴.
평범한 타코야키를 먹을 수도,
수상한 재료들만 가득 들어 찬 것을 먹을 수도 있다…
물론…
나는…
셀렉트 게테Q 코스로
곰고기
악어 꼬리
비단뱀 필레 (등심..)
낙타 혹고기
말 X추
캐비어 (이건 입가심용)
이상 6개를 주문했다.
※아쉽게도 푸른 바다거북고기는 매진이었다.
…아니 애초에 이거 먹어도 되는거야?
(주 : 안됩니다. 세계적으로 멸종위기동물)
◆자 그럼 시식타임◆
가게 안에 앉을 곳이 없엇기에
근처에 있던 만화방으로 자리를 옮겨 시식 및 촬영을 시작했다.
우선 6개 단체샷
음… 겉모습만 보면 평범한 타코야키와 다를 바가 없다.
혹시나 싶어 점원분께 물어보니 친절하게도
오른쪽 맨 앞에서부터 말 꼬X, 낙타 혹, 비단뱀
왼쪽 맨 앞에서부터 악어 꼬리, 곰, 캐비어
순서라고 알려주었다.
…뭐부터 먹어야 재미있을까…
라고 고민 하긴 했지만…
생각 해 보니 낙타나 말이나 거기서 거기인 듯 하여
우선 개인적으로 가장 특이 해 보이는
말 X추 부터 먹어보기로 했다.
꼬X 어딨니?
…아, 여기 있구나.
…더러운 사진이라 면목이 없는데..
아무래도 타코야키 내용물을 레포트 하는 것이다보니
이렇게 해체를 해야만 하는 거라…
물론 타코야키 먹는 방법으로선 0점이겠지만
특수성을 감안해서 보시는 분들께서 너그럽게 넘어 가 주시기를.
자, 그럼 다시 말 거시기 얘기로 돌아 가 보자.
타코야키 안에 들어 가 있었던 것은
기본적으로 붉지만 약간 거무튀튀한 얼룩이 있는 딱딱한 고깃덩어리
이런 게 들어 있었다.
그것도 딱 하나 들어있어서 덥썩 베어물었다면
전혀 눈치 채지 못 했을 듯.
덩어리가 너무 작아, 별 수 없이 이 덩어리만 먹어보기로 했다.
잘 먹겠습니다!!
흠…
뭔가 베이컨같네…
음… 훈제 한 건가?
음… 식감도 그렇고 맛도 그렇고 조금 딱딱한 베이컨 느낌…
인류와 친근한 동물 중에서 큰 편이라는 평가를 받는 그것 치고는
의외로 평범한 식감이다.
‘뭐야… 시시하네’
(´・ω・`)
그렇게 생각하며 다음 타코야키로 젓가락을 옮겼다.
말 X추에 이어 먹을 것은
낙타 혹 타코야키
음… 역시나 더러운 사진이라 면목이 없…
타코야키 내부를 휘휘 저으며 찾길 10초가량…
이건가!!
이 허옇고 미끈거리는 것이
낙타 혹이라는 건가!!
생각 해 보면 낙타 혹은 지방 덩어리…
타코야키로 만들다보면 열에 녹아버리는 건 당연한 얘기다.
맛은…
비계가 많이 붙은 돼지고기랑 별 다를 것 없는
평범한 맛이었다.
‘뭐야… 시시하네’ (222)
(´・ω・`)
너무 기대 한 탓인가..
긴장했던 것 치고는 너무나도 시시했다.
말 그대로 ‘김빠지는’ 결과였다.
그리고 다음 타코야키들도 이런 ‘김빠지는’ 결과가 이어졌다.
바로 ‘비단뱀 필레’ 얘기다.
‘뭐야… 시시하네’ (333)
(´・ω・`)
그리고 이어진 악어 꼬리고기도 마찬가지.
‘뭐야… 시시하네’ (444)
(´・ω・`)
뒤 이어진 곰고기도…
‘뭐야… 시시하네’ (555)
(´・ω・`)
아니, 애초에
재료들이 다들 너무 작아…
이런 ‘미립자’ 수준으로 작은 고기를 타코야키에 섞어봤자
고기 맛을 느낄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아니…
‘우와!! 이거 뭐야. 되게 질긴데!!
혹시 이게 말 꼬X인가!!’
라고 놀라는 것을 상상했건만…
이 타코야키에는 그런
‘놀라움’이라는 게 일절 없다.
아니, 애써 찾지 않으면 보이지도 않는 재료로 놀랄 리가 없지.
비용 문제도 있을테고 하니 재료 크기 작은 거야 이해가 가지만
이쯤되면 치명적인 수준.
이런 식으로 ‘특이함’을 무기로 장사를 하려면
가격을 높이더라도 재료를 큼직하게 넣어야 하지 않을까.
네타식품임에도 ‘놀라움’이 없다는 건 전혀 즐겁지 않다.
또, 즐길 수 없는 네타식품이 팔릴 리도 없고.
(네타식품 = 임팩트를 중시하며, 얘깃거리로서 퍼지는 것을 노린 기획식품)
게테Q측의 ‘개선’을 기대 해 본다.
이렇게 실망에 실망을 거듭했었지만
마지막으로 먹었던 캐비어 타코야키만은
‘캐비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은 모습이었다.
타코야키 위에 캐비어가 놓여 있어
알아보기도 쉬웠고.
솔직히 말해서 캐비어 맛은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지만
‘캐비어를 먹고 있다’는 느낌만은 확실히 받을 수 있었다.
그런 느낌만으로도 뭔가 안도 할 수 있었다.
마지막에 그나마 안도 한 셀렉트 게테Q였다.
잘 먹었습니다!!
◆후일담◆
솔직히 말하자면
며칠 전,
이 글을 반쯤 썼을 때에
주간 영 매거진 ‘기식헌터’ 편집자분께서
연락을 해 왔다.
“리무상, 게테Q 말인데요. 지난 주에 망했다네요.”
…뭐… 뭐라고!!!
( ゚Д゚)
음… 분명히 나 역시도 먹으면서 ‘오래 못 갈 것 같다’고 생각했었지만
여름조차 버티지 못 할 줄이야…
5월에 가게를 열어서 7월 상순에 문을 닫다니..
참 스피디한 폐점…
…게테Q는 이렇게 별이 되었다…
이 레포트는 실패학의 한 사례로서,
또한 (어떤 의미로건) 전설로서
이대로 남겨두고자한다.
끝
P.S 이번에 방문한 가게는
게테Q (장소) 였습니다.
못플땅 근처였지요.
위에도 썼지만, 이미 가게는 닫은 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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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게테Q : 게테모노 + 일본의 인기 버라이어티 잇테Q 의 합성조어
※2 게테모노 : 색다른 것이라는 사전적인 뜻을 갖고 있으나, 식재료나 요리 등에 쓰이면 '이상한 재료를 사용한 혐오스러운 음식'을 뜻함.
※3 바사시 : 馬刺し, 말고기 육회.